루비아가 처음부터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건 아니다. 어쨌거나 《이슬비》는 그녀가 꽤 좋아하는 소설이었고, 그만큼 주인공들도 좋아했으므로. 더군다나 어릴 때는 자기가 환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벅찼기에, 루비아는 일곱 살 생일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로웰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문제의 일곱 살 생일날. 호화찬란...
갑작스럽지만, 루비아 리브레토는 환생자다. 여타 환생물 주인공들이 그렇듯, 루비아는 대한민국에서 잘 살고 있다가 소위 말하는 환생 트럭에 치여 죽었다.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시야가 암전됐다. 이대로 삶을 마감해야 한다니, 억울함에 힘차게 울음을 토해냈는데. “건강한 아가씨에요!” “고생하셨어요, 마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갓 태어난 아...
햇볕이 따사로운 오후. 제국의 황립 아카데미에 있는 연무장에서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두들겨 패는 사람이 있었다. 쇄액하는 거친 파공음과 함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하나로 묶은 검은 머리카락이 허공을 수놓았다. 매섭게 치켜뜬 붉은 눈은 허수아비가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노려봤다. 힘찬 기합 하나 없었지만, 질끈 다문 입술이 그녀가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
안녕하세요! 스테파네트입니다. 작심삼월 프로젝트로 시작한 '히어로 사무소의 사무직은 퇴사하고 싶다'가 51화로 막을 내렸습니다. 사무직퇴사는 예전에 제가 트위터에서 보고 싶다고 중얼거렸던 소재를 가져와서 쓴 글입니다. 제 첫 1차 창작이기도 하죠. 덧붙여 GL이네요. 사실 제가 백합러가 아니라서 과연 이걸 GL로 봐도 될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진짜 백합...
제 목숨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죽을 것인가. 리리스는 고민했다. 이왕 빌런이 된 거, 가장 뛰어나고 고귀한 히어로에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뛰어나고 고귀한 히어로'에 걸맞는 히어로가 안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리리스는 눈을 조금 낮추기로 했다. 좋은 사람에게 죽는 것. ...
충격에 젖어있던 그때. 돌연 소파 밑에서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베라와 사비하는 재빠르게 일어나서 소파에서 멀어졌지만, 유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연기를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자리를 피한 두 사람도 연기를 완전히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급한 대로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참았지만, 이제 전투를 해야 하는데 그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있을 리도 ...
이비는 가끔 어설픈 상상을 했다. 만약 내 삶을 책으로 쓴다면 첫 문장은 무엇이 될까? 나 잘난 맛에 취해 살던 사춘기 때는 아무튼 멋지고, 아무튼 끝내주는 문장으로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다. 갓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사회의 쓴맛을 봤을 때는 첫 문장이고 뭐고 주인공의 일대기에 쬐끔 언급되는 단역 A의 삶을 살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주...
좀 놀랐을 뿐, 다친 곳이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유나는 마음 놓고 이비에게서 떨어졌다. 베라도 기절한 빌런에게 수갑을 채운 뒤에 이비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하면서 이비의 손에 들린 권총을 곁눈질했다. 이비는 변명했다. "제 거 아니에요." "그럼 어디에서…?" "그게… 리리스가 주고 갔어요." 깜짝 놀란 유나가 "헙!"하고 소리를 냈다...
이번에 무사히 나가면 퇴사하자. 꿈이고 뭐고, 퇴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 겪지 않을 일을 해야지. 이비는 속으로 다짐 또 다짐했다. 이 세상에 정말로 히어로나 빌런과 엮이지 않을 일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그렇게 다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나갈 거라는 결심이 완전히 꺾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쁘던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이비는 어디로 갈지 방향을 가늠해봤다...
빌런이 "억!"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간단하게 빌런을 기절시킨 베라는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쓰레기 자루처럼 널브러진 빌런들이 보였다. 이 일대는 깔끔하게 정리됐다. 베라는 손을 탁탁 털어내고 발을 옮겼다. 어떤 빌런을 쓰러뜨렸는지 확인해보던 히어로 하나가 얼른 그녀의 뒤에 따라 붙었다.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 되겠냐는 말이 목...
뒷세계의 정보상, 라카나에게는 비장의 수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녀가 공간 조작 능력자라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쓸모가 많은 능력이었지만, 라카나는 어디까지나 비장의 수로 그걸 숨겨두고 있었다. 물론 정보를 구할 때는 슬쩍 사용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리리스(하필이면!)와 합심해서 공간을 왜곡하고 붙잡아두고 있었다. 라카나는 물수건이 미지근해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빌런은 그 짧은 기다림에 질렸는지, 아니면 안에 있는 사람이 더 공포에 떨기를 바라는 건지 막무가내로 문 고리를 밀고 잡아 당겼다. 덜걱덜걱. 덜걱덜걱. 금방이라도 문 고리가 떨어질 것처럼 불길한 소리를 내었다. 이비는 숨을 곳을 찾아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캐비닛이 보였다. 사람이 들어가도 될 정도의 크기다. 이비는...
파네트(@phanette_duck)의 1차 연성용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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